[글밭 산책] --------- 고향 집을 찾았다가

기사입력 2021.11.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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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원 호

    [글밭 산책] --------- 고향 집을 찾았다가

     

    김 원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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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만에 찾은 비워둔 고향집

    텃밭은 도둑고양이들 놀이터가 되어 있고

    감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폐비닐 몇 조각이 

    나풀대며 나를 맞아 준다. 

    허물어진 기둥 우편함엔 

    빛바랜 고지서와 광고지가 

    부재중인 수취인을 기다리고 있고

    닫혀 있는 대문 틈으로 

    지난여름 무성했던 풀잎더미 어지러운 

    마당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무심한 세월에 묻혀 

    이방인 아닌 이방인이 되어버린 나를 

    사정을 알 리 없는 이웃집 개가 

    나들이 가다말고 멈춰 서서 

    수상한 눈길을 주고 간다. 

    너무 깊이 잠겨 있어 

    안에 한 번 들지도 못 하고 밖에서만 서성이다가 

    인적 하나 없는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 걸음이

    군데군데 새로 들어선 슬라브집 

    굳게 닫혀 있는 철대문만큼이나 무겁다. 

    찬 눈발 흩날리는 스산한 십이월의 저녁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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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바람 따라 다 떠나가고 빈 집으로 남아있는 고향집을 찾았다가, 굳게 닫힌 대문 틈으로 풀잎더미 무성한 집안을 들여다보고 돌아올 때의 스산했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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