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일 : 2020.08.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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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수필] 그 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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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밭 산책 [수필] 그 림 자

성 정 애

글밭 산책 [수필] 그 림 자


성 정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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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를 보았다 . 

  3 천 석이 넘는 컨벤션 홀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구호와 노랫소리는 대중을 선동하기에 충분하였다 .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어느 정치인의 선거 발대식이 끝나고 긴 줄을 따라 홀 밖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 

  아버지가 즐겨 입던 연하늘색 양복에 마른 체구까지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 시선을 떼지 못한 채 헐떡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줄을 빠져나왔다 .     염치불구하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계단을 올라오니 아버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저 밑에 내려가고 있었다 .

  ‘닮은 사람일 뿐이야 정신 차려 .’ 

  4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상기시키며 인파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분에게서 눈길을 거두고 같이 온 일행을 기다렸다 . 너무도 익숙한 그 얼굴 , 그 모습 .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섬광처럼 스치는 이가 있었다 . 혹시 , 삼촌 ?  아뿔싸 !   

  행불자 삼촌이 있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 내 의식의 저 밑바닥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 양지바른 봉창에 비친 검은 그림자 . 볕 드는 담장 아래 나무늘보처럼 붙박이로 웅크리고 있던 실루엣의 주인이 삼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

  열 살짜리 소년에게 어느 날 갑자기 휘몰아친 광풍 , 6.25 전쟁은 삼촌의 생을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 정쟁 (政爭 )과는 인연이 먼 시골 사람들에게 갑자기 피난 명령이 떨어지자 , 더 깊은 산골로 피난을 갔다 . 피난 간 당일에 아버지는 보국대에 끌려가시고 남의 집 방앗간에서 할머니와 만삭인 엄마 , 소년 삼촌의 피난살이가 시작되었다 . 

  인민군의 남하로 피난 간 마을조차 소개령 (疏開令 )이 내려졌지만 , 보국대에 잡혀간 아버지를 기다려야 한다는 할머님의 완강한 반대로 남게 된 그 날 밤 , 초저녁부터 산통이 있던 엄마는 한밤중에 피난 지에서 첫 딸을 낳았다 . 주인의 도움으로 등화관제 속에서 도롱이로 불빛을 가려가며 지은 첫국밥을 먹으려는데 거짓말같이 보국대에 잡혀간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 총알과 같은 보급품을 산꼭대기의 초소에 운반하던 중 , 부상으로 야전병원에 호송된 아버지는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밤길 20 리를 걸어 가족 곁으로 오신 것이다 .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들의 생환에 할머니와 어머니는 피난길을 따라가지 않았음을 천지신명께 감사드리며 날이 밝으면 먼저 떠난 고향 사람들을 뒤쫓기로 했다 .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자비롭지 않았다 . 갑자기 뒷산에서 콩 볶는 듯한 총소리가 들리더니 금새 초가지붕 여기저기 불이 붙자 남아있던 마을 사람들은 집 앞에 있는 무성한 콩밭으로 기어들었다 . 

영겁의 시간이 흐르고 일순간에 총소리가 딱 멎었다 . 정신을 차린 아버지가 주위를 살피니 저만치 앞에서 할머님과 삼촌이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 

  파편을 맞은 삼촌을 업고 아버지는 야전병원으로 뛰었고 , 어머니는 품에 안았던 핏덩이를 콩밭에 내려놓고 물을 찾는 할머님 시중을 들었지만 , 할머님은 몇 모금의 물을 드시고는 가라는 손짓을 마지막으로 그 콩밭에서 이승의 삶을 거두었다 . 

  날이 밝자 , 총부리를 앞세운 미군수색대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조리 신작로로 몰아내었다 . 아수라장의 소용돌이를 빠져나와 제정신이 든 어머니는 콩밭 고랑에 두고 온 , 갓 난 핏덩이를 찾아 다시 콩밭으로 들어갔다 . 스무 살 어린 여인에게 , 그것도 목숨이 낙엽처럼 흩어지는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모정은 살아있었다 . 야전병원으로 이송된 삼촌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

  그러나 , 신동이라 소문났던 예민한 삼촌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육체적인 쇼크에다 어머니마저 창졸간에 잃어버린 정신적인 충격으로 성장을 멈추어버렸다 . 스무 살이 넘도록 낭인이 되어 시집간 누님들 댁으로 , 부산의 큰형님 댁으로 방황을 일삼던 어느 날 , 자취를 딱 감춰버렸다 . 

  따스한 봄날이면 양지바른 담벼락 밑에 앉아 아지랑이를 쫓거나 먼산바라기로 세월을 보냈고 , 유월이 오면 피 울음 토하듯 울어대는 먼 산 뻐꾸기 소리에 넋을 놓고 , 흘러가는 흰 구름을 쫓아 할머니를 찾았을 가여운 소년 우리 삼촌 . 찾지 못했건 , 돌아오지 않았건 , 이산의 가족은 모두 그림자를 안고 사는 법 . 

  우리 삼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낮에 본 노신사는 누구일까 ?



성정애 (수필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남, '문예사조' 등단

  ○한국문협, 포항문협, 한국수필문학가협회, 형산수필문학회,  현, 경북문인협회부회장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 전공, 동 대학원 문학석사 및 선학과 박사과정 수료 

  ○수필집 『눈치 없는 여자』

  ○일본 소설 번역『나는 군국주의 일본을 저주한다』, 일본 에세이 번역 『두부집의 사계』, 교재 공역『자기 이해를 위한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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