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 산책] --------------------------------------- [시]
무 늬 이 용 섭
사람과 나무는 결로써 말을 한다
기름진 흙과 햇볕, 적당한 물기와 사랑이
촘촘한 세월과 한 몸을 이루어
이쪽 저쪽 밀고 당기고 엇갈리며
비로소 곱고 단단한 제 무늬가 된다
아프고 뒤틀리는 절망의 순간도
돌아보면 아름다운 무늬가 되고
옹이진 상처조차 고운 결이 된다
톱날의 세월이 제 살을 저미며
깊은 상처를 남길 때 사람과 나무는
향기로운 저만의 무늬로 말을 한다
작 가 의 말
바람 부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때때로 생각해 본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
고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억울하고 슬프고, 괴롭고 아팠던 일들, 모두가 내
삶의 무늬가 되고 향기가 되었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