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속초 10.4℃ 구름많음
  • 13.7℃ 흐림
  • 철원 12.8℃ 흐림
  • 동두천 16.9℃ 구름많음
  • 파주 16.1℃ 구름많음
  • 대관령 4.8℃ 흐림
  • 춘천 14.3℃ 흐림
  • 백령도 11.2℃ 흐림
  • 북강릉 10.7℃ 흐림
  • 강릉 11.2℃ 흐림
  • 동해 11.6℃ 흐림
  • 서울 16.3℃ 흐림
  • 인천 15.1℃ 구름많음
  • 원주 14.3℃ 흐림
  • 울릉도 10.9℃ 비
  • 수원 16.9℃ 구름많음
  • 영월 12.5℃ 흐림
  • 충주 16.8℃ 구름많음
  • 서산 16.8℃ 구름많음
  • 울진 11.6℃ 흐림
  • 청주 18.0℃ 구름많음
  • 대전 16.1℃ 구름많음
  • 추풍령 16.1℃ 구름많음
  • 안동 16.9℃ 흐림
  • 상주 16.1℃ 구름많음
  • 포항 13.7℃ 구름많음
  • 군산 12.3℃ 흐림
  • 대구 17.4℃ 구름많음
  • 전주 14.9℃ 구름많음
  • 울산 16.2℃ 구름조금
  • 창원 19.1℃ 구름많음
  • 광주 15.5℃ 구름많음
  • 부산 17.7℃ 구름조금
  • 통영 19.6℃ 맑음
  • 목포 14.7℃ 구름많음
  • 여수 18.9℃ 구름조금
  • 흑산도 15.9℃ 구름조금
  • 완도 16.4℃ 구름많음
  • 고창 15.1℃ 구름많음
  • 순천 14.9℃ 구름많음
  • 홍성(예) 16.3℃ 구름많음
  • 17.4℃ 구름많음
  • 제주 18.2℃ 구름많음
  • 고산 17.6℃ 구름많음
  • 성산 18.5℃ 구름조금
  • 서귀포 20.5℃ 구름조금
  • 진주 19.8℃ 구름많음
  • 강화 15.6℃ 구름많음
  • 양평 15.4℃ 흐림
  • 이천 15.4℃ 구름많음
  • 인제 12.8℃ 흐림
  • 홍천 13.6℃ 흐림
  • 태백 9.2℃ 흐림
  • 정선군 12.8℃ 흐림
  • 제천 12.4℃ 흐림
  • 보은 15.8℃ 구름많음
  • 천안 17.1℃ 구름많음
  • 보령 13.3℃ 흐림
  • 부여 14.4℃ 구름많음
  • 금산 16.2℃ 구름많음
  • 16.8℃ 구름많음
  • 부안 14.2℃ 흐림
  • 임실 15.5℃ 구름많음
  • 정읍 14.7℃ 흐림
  • 남원 18.0℃ 구름많음
  • 장수 13.8℃ 흐림
  • 고창군 14.8℃ 구름많음
  • 영광군 15.5℃ 구름많음
  • 김해시 17.8℃ 구름많음
  • 순창군 15.8℃ 구름많음
  • 북창원 20.0℃ 구름많음
  • 양산시 18.8℃ 구름많음
  • 보성군 18.6℃ 구름조금
  • 강진군 18.2℃ 구름많음
  • 장흥 18.7℃ 구름많음
  • 해남 17.3℃ 구름많음
  • 고흥 18.4℃ 구름많음
  • 의령군 21.2℃ 구름많음
  • 함양군 17.4℃ 구름많음
  • 광양시 19.2℃ 구름많음
  • 진도군 14.3℃ 구름많음
  • 봉화 14.4℃ 구름많음
  • 영주 13.1℃ 흐림
  • 문경 16.6℃ 구름많음
  • 청송군 14.8℃ 구름많음
  • 영덕 12.4℃ 구름많음
  • 의성 18.2℃ 구름많음
  • 구미 17.4℃ 구름많음
  • 영천 16.0℃ 구름많음
  • 경주시 15.8℃ 구름많음
  • 거창 16.9℃ 구름많음
  • 합천 19.4℃ 구름많음
  • 밀양 19.9℃ 구름많음
  • 산청 17.5℃ 구름많음
  • 거제 19.2℃ 구름조금
  • 남해 19.6℃ 구름조금
  • 18.7℃ 구름많음
[수필] 글밭 산책 ------------ 일흔의 나잇값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필] 글밭 산책 ------------ 일흔의 나잇값

권 영 호

[수필] 글밭 산책 ------------ 일흔의 나잇값   

 

8사진(권영호)333.jpg

권 영 호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 문을 열고 한쪽 발을 내려놓으려는데 바로 미리 온 차에서 부부가 내렸다.

  “아이고 창피해 죽겠네.”

  다짜고짜 남편을 향해 집어삼킬 듯 질러대는 여인의 목소리가 앙칼졌다. 당황스러운 눈으로 슬쩍 주위를 살피는 남편은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다.

  “제발 나잇값 좀 하고 살아!”

  마트로 향하는 여인의 총총걸음 뒤를 끌려가듯 뚜벅뚜벅 뒤따르는 그는 내가 잘 아는 고향 선배였다. 평소에 소탈하고 활기찼던 그 선배가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주눅이 들었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저 마트로 들어가는 부부의 뒷모습을 숨을 죽이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후, 나도 마트로 들어갔다. 행여 마트 안에서 그 선배와 눈이 마주친다고 해도 평소처럼 그저 눈 인사를 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적어도 내 나잇값을 하려면 꼭 그렇게 해야만 될 것 같았다.

  ‘나잇값’이란 사람마다 그만큼의 나이를 먹었으니 반드시 거기에 걸맞은 생각과 행동을 해야만 하는 기대치이다. 나잇값을 하는 사람과, 나잇값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가진 생각과 실제의 행동에서 기대치와 어느 정도 가까운가에 따라 판가름 나는 것이다. 

  “제발 나잇값 좀 하고 살아!”

 생각해보니 조금 전에 들었던 그 말이 처음 듣는 소리는 아니었다. 사실 나도 그 누군가에게 들었던 그 소리였으니 말이다.

  우둔한 탓이다. 지금도 나는 내 나잇값이 얼마인지 모른다. 그러니 내가 나잇값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더욱 모른다.

  마트로 들어가는 문앞에 코로나19가 데려온 자동 체온 측정기가 버티고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섰다. 왠지 작은 긴장감을 느끼는 순간 “정상입니다.” 기계음이 울렸고 화면에 나타난 ‘체온 36.3도’를 확인했다. 지금처럼 기기 앞에 서서 숫자판 버튼으로 자기의 실제 나이를 입력하고 나면 금방 현재의 나잇값을 알려 주는 자동 나잇값 측정기는 없을까. 문득 뇌를 스쳐가는 망상에 혼자서 피식 웃었다. 

  내가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대국을 관전하는 해설자가 그랬듯이 지나온 내 생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빠짐없이 복기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는 바둑알만큼이나 수 많았던 삶들이 놓여있는 지난 생의 바둑판을 자세히 들여본다. 

  나는 그랬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는 얼마나 못마땅해 했는가. 가끔은 상대방의 생각이 어쩜 내 생각보다 더 합리적이고 독창적이라고 인정도 했지만 애써 그걸 부정한 체 그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고 몰아세웠다.   

  또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참 많은 걸 받았지만 내가 가진 것은 어느 것 하나 선뜻 내주지 않았다. 언제나 나는 받기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교직에 있을 때였다. 교육에 관해서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얕은 지식을 가졌을 뿐이었는데도 자신을 많은 전문지식의 소유자로 인정해 주기만을 바랐다. 관리자로 있을 때는 더욱 그랬다. 

  나약한 사람들을 얕잡아 보기도 일쑤였다. 낮추며 살아가는 그들 앞에서 곧장 거드름을 피웠고 고개까지 빳빳하게 치켜들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이처럼 허물이 컸던 내가 안쓰러워 따스한 관심과 눈길을 주었던 고마웠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얼른 다가서지 못했던 우둔함은 내 생에서 지울 수 없는 멍에였다. 어디 그뿐인가. 깊은 사고와 감성 그리고 독창적인 표현력조차 없는 글을 쓰면서도 문학가라며 제법 고상한 척 위선 했다. 

  나이에 따라 내 인생의 빛깔도 달라져야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내 인생의 빛깔은 마냥 더 진한 암갈색이었다. 

  지나온 삶이 부끄럽다, 어리석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후회한다.

  벌써 내 나이도 일흔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남은 생은 아름답게 살고 싶다. 어두운 암갈색 삶의 빛깔을 바꿔야 한다. 미움과 욕심, 아집을 버리고 베풂, 겸손, 사랑, 인내로 살아간다면 내 여생의 빛깔은 아름다워질까? 언제나 먼저 앞세웠던 감정을 누르고 이성을 기둥 삼아 합리적인 사고로 결정한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면 내 여생의 빛깔이 신비롭도록 화려해질까?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적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도 논어(論語)에 자전적 고백을 담은 공자님의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를 되뇌어 본다.  

  일흔의 나잇값을 제대로 해 볼 생각으로. 

포토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