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일 : 2021.04.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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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간수 박 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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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간수 박 월 수

[글밭 산책]-------- 간수         박 월 수     

 

사진(박월수)333.jpg


  굵은 소금을 샀다. 포대를 열자 서해의 태양과 바람 냄새가 났다. 향기로웠다. 포대를 다시 묶으면서 보니 겉면에 소금기가 배어 나와 눅진하면서 짭짤한 기운이 손바닥에 그대로 전해졌다. 창고 바닥에 플라스틱 상자를 깔고 그 위에 묵직한 소금포대를 올려 두었다. 물기가 다 빠지려면 오래 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날부터 포대 솔기에선 쉼 없이 소금물이 흘러내렸다. 저의 태생이 바다인 걸 잊지 않으려는 듯 똑똑 소리 내며 뱉어냈다. 포대마다 적당한 그릇을 받쳐두었지만 언제 넘쳤는지 바닥이 흥건해져 있곤 했다. 

  어느 날부터 소금포대 주변 시멘트 바닥은 늘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 곁을 지날 때마다 내 맘은 이상하게 물 먹은 솜처럼 눅눅했다. 저를 길러 준 서해의 바람과 햇볕을 꽉 막힌 창고에 들여놓을 수 있었으면 싶었다. 소금의 눈물 같은 흔적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갔으면 싶었다.

  이곳 산골 사람들은 오래 묵혀둔 소금을 쓴다. 해마다 몇 포대의 소금을 사서 쟁여놓고는 오래된 순서대로 장을 담그고 김장을 한다. 소금창고에서 갓 가져온 천일염을 쓰면 음식 맛을 버려놓기 십상이란다. 적어도 삼 년은 묵혀두어야 간수가 제대로 빠져 쓴 맛이 나지 않는다고들 했다.

  살림을 좀 할 줄 안다는 소릴 듣고 싶었다. 그래 겁도 없이 소금을 몇 포대 들여놓았다. 손이 적게 간다길래 뙈기밭에 콩도 심었다. 절반은 짐승이 와서 먹고 남은 절반은 거두어들이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팔이 아프게 콩을 터는 데 이리 튀고 저리 튀어 도망가는 콩이 더 많았다. 콩 농사는 남은 평생 다시는 짖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불룩한 콩 자루를 보니 의젓한 농부가 된 것 같았다.  

  농한기를 맞은 동네에선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남은 콩으로 두부를 만드느라 부산했다. 집집마다 소금 포대에서 받아 놓은 간수를 넣고 맛깔난 두부를 해 먹었다. 일머리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나도 내가 만든 두부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소금포대에서 흘러나온 끈적한  물을 생각 없이 내다 버렸으므로 간수해 놓은 간수가 있을 리 없었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이웃의 두부와 달리 내가 만든 두부는 씁쓰름하니 텁텁했다. 맛을 본 사람들은 어찌 알았는지 간수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일장에서 산 화학 간수는 두부의 맛을 버린다는 거였다. 소금 포대에 머물러 있으면 소금 맛을 쓰게 만드는 간수지만 맛있는 두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요긴한 물건이란 걸 어설픈 시골내기는 짐작조차 못했다. 

  두 해가 지나자 젖어있던 자리는 말끔해졌고 소금 포대는 더는 기억할 바다도 없는지 떨어지는 물소리도 잠잠했다. 다만 여름 장마와 함께 소금 포대 주변 바닥은 속으로 품었던 것들을 옛 흔적만큼 뱉어냈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도 기억이란 게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세 해가 지나자 소금 포대는 처음보다 홀쭉해져 있었다. 장을 담기 위해 포대 주둥이를 벌렸을 때 소금은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덩어리로 엉켜 있었다. 소금 알갱이에서 따로 떨어져 물이 되더라도 다시는 바다로 갈 수는 없다는 걸 알았을까. 악착같이 서로를 껴안았을 그들만의 시간이 내게로 옮아와 가슴 가운데를 묵직하게 눌렀다. 

  장마가 시작되면 창고 바닥은 속으로 머금었던 것들을 잊지 않고 토해냈다. 바다에서 떠나와 소금 알갱이가 되고 다시 간수가 되는 과정에서 이로운 두부가 되지 못하고 창고 바닥으로 스며든 소금물의 흔적을 보는 건 쓰러져가는 폐 염전을 볼 때처럼 애잔했다. 

  나는 둥글게 번져나간 소금 바닥에 자주 쪼그려 앉아 있곤 했다. 내 속에는 쓴 맛을 내는 것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에 골몰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를 빠져나온 불순물들을 필요한 무엇으로 제대로 바꾸어야 한다는 마음이 갈수록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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