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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빙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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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빙 점

서 강 홍

[글밭 산책] ---------------- 빙 점   

                       

서 강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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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다니는 K병원이 새 건물을 지어 자리를 옮겼다. 시내를 조금 벗어난 외곽지의 낮으막한 언덕에 근사한 모습으로 새 단장을 하였다. 이웃에 있던 병원이 옮겨가게 되어 나로선 다소의 불편함도 따랐지만 새로운 환경에 접해보는 신선함과 새로운 친근감도 가져볼 수 있었다.

  처방전을 받아들고 병원 문을 나서면 두 개의 약국이 나타난다. 한 건물 안에 자리한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두 약국이 간판만 달리하고 고객을 맞는다. 아무 생각 없이 왼쪽 약국을 선택하여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모습을 대하게 되었다. 오른쪽 약국의 출입문 안에 웬 여인이 서서 병원 쪽에서 걸어오는 고객들을 향하여 눈빛으로 인사를 하며 자기네 약국으로 들어오기를 권유하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약국이라야 단 두 개뿐. 굳이 권유를 안 해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자기네 약국을 찾을건데. 오는 손님 모두를 제집으로 모신다면 옆집은 고객이 없어도 좋단 말인가. 그녀의 눈빛을 외면하며 평소대로 왼쪽 약국으로 발길을 옮겼다. 괜히 마음이 불편하였다. 

  어느 날엔가 내가 다니던 왼쪽 약국에서도 그와 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뭘 그런 얄궂은 인사를 따라하느냐고 빈정거렸더니 이웃에서 그러니 어쩌겠느냐며 이해를 구하였다. 로봇처럼 종일을 한 자리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인사하는 두 여인을 보며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일본의 여류 작가 ‘미우라 아야코’가 조그만 점포를 개점하였다. 너무나 잘 되었다. 물건을 트럭으로 공급할 정도로 매출이 쑤욱쑥 올랐다. 그에 반해 옆 가게는 파리만 날렸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우리 가게가 잘 되고 보니 이웃 가게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에요. 이건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고 하느님의 뜻에도 어긋나는 것 같아요” 남편은 아내가 자랑스러웠다. 물론 동의하였다. 

  그녀는 가게 규모를 축소하였다. 손님이 오면 이웃 가게로 보내주기도 하였다. 따라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평소에 관심사였던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였다. 

  소설이 완성되었다. 그녀는 이 소설을 신문에 응모하여 당선되었다. 그로 인해 가게에서 번 돈보다 몇백 배의 부와 명예를 획득하였다. 그 작품이 20세기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빙점’이다. 


  몇 달 만에 처방전을 들고 왼쪽 약국을 들어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왼쪽 약국이 없어져 버렸다. 분명히 종전과 같이 왼쪽 약국의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분위기가 그 전과 사뭇 다르다. 약국의 넓이도 두 배로 늘어나고 약사들의 수도 늘어났다. 전에 보았던 왼쪽 약국은 어디 가고 하나의 큰 약국으로 변해있었다. 낯익은 이와 낯선이가 섞여서 일을 보고 있었다. 낯익은 이에게 어떻게 된 연유인가고 물었더니 두 약국이 합쳐졌다며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오른쪽, 왼쪽으로 나뉘어 있던 두 약국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로 자기들 약국에 오라고 문 앞에 서서 인사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50%의 자동고객(?)에도 만족하지 못함을 탓했던 장면도 떠올랐다.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약국으로 태어났을까? 누가 먼저 합치자고 제의했을까? 별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무든 내가 들르지 않았던 몇 개월 사이에 두 개의 연옥 약국이 하나의 천국 약국으로 변해있었다. 


  빙점. 홋가이도 출신의 여류작가 미우라 아야코가 쓴 소설의 제목이다. 이차대전 패전 이후의 어려웠던 시절. 초등학교 교사도 역임하였고 폐결핵도 투병하였으며, 잡화상도 운영하였던 작가가 1964년 아사이신문 1천만엔 현상공모에 당선하여 만인의 가슴에 감동의 파문을 일으킨 소설이다. 작가의 깊은 신앙심이 그려낸 참된 인간성의 모습이 제시된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영화로 꾸며져 상영되기도 하였던 빙점은 원죄의식과 함께 인간은 어디까지 타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라는 윤리적인 주제도 담고 있었기에 이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엿볼 수도 있었다. 

  누구의 가슴 속에도 존재하는 빙점. 인간을 얼어붙게도 녹게도 만드는 빙점. 사랑과 질시, 증오와 용서, 원망과 이해 등의 속성으로 이루어진 빙점이다. 그렇다. 사랑의 한계는 단순하다. 속된 말로 이해와 오해는 한 끗발 차이다. ‘남’에서 한 획을 떼면 ‘님’이 되는 현상이다. 

  소설 ‘빙점’을 통하여 참된 인간성의 모습을 보았듯이 두 약국이 합쳐져 하나의 약국으로 태어난 K병원 앞 T약국을 통하여 반짝이는 빙점을 보았다. 21세기의 세계를 이끄는 선진 한국인의 빙점을.





⦁ 경북 의성 출생 

⦁ 현대수필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형산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회원 

   한국수필학회 이사, 

⦁ 수필집 : 『선물』 『흔적』 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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