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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내게, 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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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내게, 또 당부했다

권 영 호

[글밭 산책] --------- 내게, 또 당부했다  

                      

권 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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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자유롭고 행복했던 일상을 꽁꽁 묶어놓았다. 한참 동안은 쉽게 풀어 주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다행이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두려움에 떨고있는 우리를 위로해 주려고 봄이 성큼 다가와 있으니 말이다. 예년보다 보름이나 앞당겨 찾아와 준 봄이 고맙다. 그 바람에 예년 같으면 삼월 말경에나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내고향, 산수유 꽃 군락지를 일찌감치 찾아 나설 수 있었다.  

  그곳 숲실마을은 해마다 산수유꽃 축제를 열었던 곳이었다, 산수유 꽃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에 신바람을 내며 달려갔다. 언제 피었을까. 마을 들머리로 흐르는 개울물 위로 노오란 꽃물결이 일렁거렸다. 눈이 부셨다. 사열병처럼 늘어선 꽃나무마다 눈맞춤을 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산수유나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코로나19’보다 더 고약한 병을 앓다가 고사했을지로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났다. 찬찬히 나무를 살폈다. 아니었다, 물관이 오르내리는 윤기있는 목피가 싱싱했다. 탐스러운 꽃이 피어있어야 할 잔가지 끝에 지난해 가을에 달고 있었던 열매가 그대로 있었다. 겨우내 검스름하게 퇴색된 채 바싹 말라 보기조차 흉한 열매를 말이다. 이렇게 열매가 매달려있는 가지 끝에는 절대로 꽃눈이 생기지 않는다. 꽃눈이 없으니 꽃은커녕 꽃망울 조차도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된서리가 내렸던 지난해 늦가을, 세차게 불어왔던 차가운 겨울바람에 가지에 달고 있던 그 열매를 미련없이땅으로 떨어뜨렸어야 했다. 

  열매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으면 이듬해 봄에는 예쁜 꽃을 피울 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런 산수유나무의 속마음을 애써 이해해 주기로 했다. 버리고 난 후의 허전함을 스스로 달랠 줄 몰라 그저 그렇게 꼭 붙잡고 있었을 거라고 말이다. 바보같이.  

  문득, 하나를 쥐고 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를 얻으려고 하면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까지 모두 잃게 된다는 고사(故事), 염일방일(拈一放一)을 떠 올렸다.

  이 고사는 북송(北宋) 때 정치가이고, 철학자이며, 사학자로『자치통감(自治通鑑)』을 지은 사마광(司馬光:1019~1086)이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로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어느 날, 친구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어떤 아이가 아주 큰 물독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 광경을 본 어른들이 서둘러 사다리와 밧줄을 가져왔다. 그러나 아이를 구해낼 방도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바람에 물독에 빠진 아이의 숨이 곧 넘어갈 지경이었다. 잠자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마광이 얼른 주변에 있는 큰 돌 하나를 주워왔다. 그리고는 그 커다란 물독을 사정없이 깨트려버렸다. 그 바람에 큰 독 속에 그득했던 물은 순식간에 빠져나왔고 가까스로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어린 사마광은 고귀한 생명에 비하면 큰 장독은 티끌처럼 작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아이의 귀중한 생명을 생각하기 전에 큰 항아리의 값, 힘들게 구했던 물의 가치, 어쩌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책임 소재 등을 따지느라 그렇게 시간을 낭비한 것이었다. 더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귀한 것은 버려야 한다는 걸 깨우치지 못한 채 말이다.

  산수유나무는 고사에 나오는 어른들과 꼭 닮았다. 가지에 매달고 있던 열매를 버리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햇살을 모아 얻은 열매, 약용으로 쓰였던 그 옛날, 엄청난 값어치가 있었던 열매에 대한 애착과 미련 때문이었다. 

  찬란한 이 봄에 탐스러운 꽃을 피워 찾아온 수많은 사람의 찬탄을 받아야 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이제 와서 버리지 못함을 후회하겠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리는 무심한 사람들을 보기가 민망한 듯 가지를 옴 추리며 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산수유나무의 처량한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도 그랬다.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를 살아오면서 그때마다 얻은 것들을 간직만 하고 있다. 그때는 나름대로 소중하다고 생각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금 순간도 나는 그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것,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단다.’ 

  한참 동안 침묵하며 마주했던 산수유나무에게 이 말을 건네주며 발길을 돌렸다. 어쩜 산수유나무보다 더 우둔하고 바보스러운 내게 또 당부했다. 

  ‘여태껏 보물인 양 가졌던 것, 그중에서 터무니 없었던 욕심과 자존감이라 생각했던 아집들을 먼저 버려야 한다. 버리고 난 빈자리에는 놀랍고 감탄스러운 쾌락보다는 보람있고 가치로운 노년의 삶으로 채워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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