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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청이는 임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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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청이는 임신 중

박 월 수

[글밭 산책] ------------- 청이는 임신 중    

                        

박 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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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님이 오셨다. 뽈뽈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 집 저 집 출근 도장을 찍듯 다니신다. 오늘따라 유난히 설레발을 떠신다. 뭔가 중요한 소식을 전하고 싶으신가 보다.   발치를 맴도는 청이를 향한 눈빛이 다른 날과 다르다. 커피를 내오기 바쁘게 청이 얘길 늘어놓으신다. 우리 청이가 곧 엄마가 될 거란다. 골목 안 근동 댁 개랑 벌써 바람이 났단다. 하필이면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개를 남편감으로 골랐다며 대놓고 흉을 보신다. 말썽꾸러기 자식을 둔 부모가 된 것 같아 슬슬 듣기가 거북하다.

  믿기지 않는다. 사람 말귀 잘 알아듣기로는 우리 청이를 따라올 개가 없다. 가족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개로도 동네에서 유명하다. 예쁜 우리 청이가 뭐가 부족해서 그리 못 생긴 개와 연애를 한단 말인가. 아직 본 적은 없지만 그 녀석은 짧은 한 쪽 다리마저 절룩이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요즘은 목줄에 묶여 있어 운신도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동네에서 천덕꾸러기로 통한다는 녀석과 연이 닿았다는 것부터 의문이다. 제 발로 근동 댁까지 찾아가서 꼬리를 쳤다면 무슨 까닭이 있지 않을까. 잘 생긴 한 집 사는 송이를 마다하고 그 녀석을 고른 이유는 뭘까. 녀석에게 무언가 특별한 게 있어 한눈에 홀딱 반하기라도 한 건가.  

  청이를 움켜잡고 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추궁이라도 하고 싶은 맘이다. 천진하기 짝이 없는 눈은 나를 마주 볼뿐 아무 말을 안 한다. 속내를 알 수 없어 답답한 맘이 부글부글 끓는다. 바람난 딸이라도 대하듯 청이가 밉고 배신감마저 든다. 내가 저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나한테 의논 한마디 없이 떡하니 남편감을 물색하고 임신까지 했단 말인가. 이제 아무리 맛난 것이 있어도 챙겨주고 싶지 않다. 부러 숯불에 구운 꽁치를 챙겨주는 짓은 더더욱 하지 않을 테다. 함께 산책을 가거나 하는 일도 오늘로써 끝이다. 모질게 마음먹는다. 

  하루가 지나니 청이가 미운 맘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도 없다. 아침 눈 뜨자마자 조막만 한 청이가 열린 현관문을 빼꼼히 밀고 들어오는데 애처로운 마음만 한가득 든다. 저렇게 조그만 몸으로 어찌 아이를 낳을지 걱정이다. 이젠 몸도 다른데 더 잘 챙겨줘야지 싶다. 아껴둔 간식을 내어주고 손가락을 짚어가며 청이의 산달을 꼽아본다. 한창 더운 날씨에 몸을 푸느라 고생 좀 하겠다. 우선 청이 집을 더 편안하게 손봐줘야겠다. 아이 놓으면 먹일 미역도 미리 챙겨놓을 생각을 하니 산후바라지하는 엄마가 따로 없다. 

  청이 집을 손보는데 이장님 오토바이가 집 앞에 와서 멎는다. 개가 무슨 사람도 아닌데 그리 살뜰히 챙기느냐며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사람보다 먼저 대문을 들어선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 이미 들어버린 청이를 이장님한테까지 이해시킬 순 없는 일이다 싶어 그냥 웃는다. 그나저나 예쁜 아이를 낳으라고 내가 대신 태교라도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인데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산부 청이는 어느새 제 못생긴 남자 친구에게 달려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섭섭한 마음 내려놓고 사랑에 눈먼 딸을 미리 경험하는 셈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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