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화
[글밭 산책] ----------- 시간의 그림자
김 수 화
물새는 파문을 열어 노을빛 퍼 나르고
연잎에 맺힌 사리 마지막 빛 사라지면
어둠이 나비 앉듯이 소리 없이 내린다.
가슴속 스민 어둠이 가을의 끝 날과 같아
세월이 그려놓은 삶의 무늬 따르노라면
어릴 적 눈감고 걷던 그 골목에 서 있다
한생을 풀어놓는 소나기 내리는 밤
그리운 이 볼 수 없어도
꽃밭 일구는 마음으로
어둠도 지우지 못할 그림자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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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를 가장 나이게 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베푸는 사랑보다는 받는 사랑이 당연하다고 느꼈던, 아버지 어머니 언니들... 짧았지만 아직도 가슴에 화인처럼 남아있는 아버지의 사랑, 아들 딸 애정의 빛깔이 다른 느리고 투박한 어머니의 사랑법, 늘 자신보다는 동생들이 먼저였던 언니들의 손길, 마음길... 그 앞에선 마침표를 찍을 수가 없다. 그 사랑의 힘으로 내 생의 꽃밭을 잘 가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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