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섭
[글밭 산책] ------------ 찔레
이 용 섭
누이야
찔레꽃 피었다
맨발로 건너뛰던
발목 시린 징검다리
양지바른 개울가
가시덤불 속에
수줍어 고개 숙인 너를 닮은
찔레가 꽃 피었다
누이야
푸른 5월을 붉게 물들인
그날처럼
가시덤불 해치고
하얗게 하얗게 울음 울던
찔레꽃 피었다
누이야
오지게 살진 통통한 새순 잘라
달착지근한 그리움 나눠 씹으며
다섯 꽃잎 너무 맑아
볼 붉은 네 마음 훤히 보이던
찔레가 하얗게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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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세월이 빠르다. 역병으로 제 자리에 멈줘 선 듯 하더니 벌써 푸른 5월이 지나고 여름이 눈앞에 당도했다. 찔레꽃을 보면 나는 이유도 없이 그냥 서럽다. 젊은 시절이나 나이든 지금이나 어울리지 않게 그냥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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