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은 주
[글밭 산책] -------------- 지붕과 소나기
구 은 주
한때 나는
세상도 두렵지 않은 소나기였다
내 손길 지나지 않은 바다
닿지 않은 강이 어디 있었으랴
적막이 드리워진 그 땅끝 어디라도
구름을 몰고 다녔지
준령들은 얼마나 높이
내 앞을 가로막았을 것이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바람은
나를 몰아내려 몰려들었을 것이니
꿈속이 아니고서야
사람아 어찌 네 가슴을 적시겠더냐
햇살에 타들어 가는 슬픈 사막
마침내 다다른 고통 속에서
나는 네 지붕을 걷어내고
천 년을 이고 온 구름을 풀어
소나기로 내린다
--------------------------------------------------------------
작가의 말
한때라도 우리 그런 적 있었지요.
두려움에 떨지 않고 용기 있는 때.
왜 그리 무모했을까, 굳이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도 한때는 직진할 때 있었지요. 돌아가는 게 편한 나이가 되었네요.
그래도 그리운 한때가 있어 오늘도 용기를 내어 봅니다.
--------------------------------------------------------------
게시물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