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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산책] [수필] 백합꽃 성 정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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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산책] [수필] 백합꽃 성 정 애

[글밭산책] [수필] 백합꽃 성 정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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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가한 남편이 꽃다발을 내밀었다. 근 사십여 년 만에 맘에 드는 꽃다발을 받았다.   장미꽃 세 송이, 백합 두 송이, 안개꽃 세 가닥을 수수한 종이로 싸서 철사로 묶었다.

  그동안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에 받은 어떤 꽃바구니, 꽃다발보다 맘에 들었다. 어떤 여인이 꽃을 싫어할까만, 젊어서는 너무 비싸다고 타박을 했고, 나이 들면서는 꽃보다 더 많은 부속품 치장들로 인해 시들어서 버릴 때 성가시다고 타박을 했다. 오랜 잔소리로 이제 소통이 되었다.

  창고에 넣어둔 맞춤한 작은 화병을 꺼냈다. 변함없던 거실이 한 다발의 꽃으로 생기를 되찾아 눈길이 절로 갔다. 혹여 실내 공기에 빨리 시들까 봐 밤이면 아예 시원한 베란다로 옮기고, 아침이면 볕 드는 베란다에서 거실 안쪽으로 옮겼다. 

  이튿날 오후, 평소 못 맡던 향기가 솔솔 풍겼다. 본래 냄새에 예민한 나는 금방 백합 향임을 알았다. 두 송이 중에 한 송이가 봉우리를 열고 있었다. 기특하게도 겨우 꽃잎을 열기 시작한 거기로부터 은은한 향기가 거실을 채웠다. 실내 온도에 신경을 쓰고, 신선한 물도 자주 갈아 주었다.

  사흘째 오후,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왔더니, 백합 향이 코를 찔렀다. 집안에 숨 쉴 수 있는 신선한 공기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숨이 막혔다. 문득 백합 향기로 살인을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젖히고 나니 숨을 쉴 수 있었다. 아직 백합 한 송이는 꽃잎을 열지도 않았는데, 한 송이 꽃에서 나는 향기가 이 정도라면 잠자는 방에 다발로 둔다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장미 세 송이는 아직 꽃봉오리고 청초한 안개꽃을 봐서라도 햇볕 쨍쨍한 베란다로 화병을 내보낼 수는 없었다. 궁리 끝에 향기를 뿜어낼 것 같은 꽃술을 없애기로 했다. 진한 밤색 꽃술을 가위로 싹둑 잘랐다. 개수대의 하늘색 설거지통에 떨어진 꽃술은 못다 한 역할에 항의라도 하듯 자신의 존재를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겼다. 연하늘색 플라스틱 통에 묻은 진노랑 색깔은 세제를 풀어 빡빡 문질러도 그대로다. 향기만 지독한 줄 알았더니, 색깔도 깐깐하고 독하다. 

  거세를 당했으니, 거실에 둬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도 거실은 백합 향기로 밀림이 되어있었다. 꽃술을 없앴으니 향기도 줄 것이고, 꽃도 조금은 시들 것이란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밤새 백합 꽃잎은 보란 듯 한껏 꽃잎을 열어 화병을 독차지하였다. 그 모습은 마치 탁란한 뻐꾸기처럼 뻔뻔해 보였다. 

  다음날, 나머지 백합마저 꽃잎을 열었다. 가위가 들어갈 정도로 꽃잎을 열자마자 꽃술을 잘랐다. 두 송이 백합에서 뿜어내는 향기를 감당하지 못해 베란다에 유배시킨 지 며칠이 지났다. 화병은 개선장군이 부는 나팔 같은 백합 두 송이가 차지했다. 장미 세 송이는 백합 향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피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고, 뜨거운 햇살에 잎은 바싹 말랐다. 화사한 안개꽃도 볕에 드라이 플라워가 되었는데, 잎까지 창창한 백합의 기세에 기가 질렸다. 너는 어찌하여 거세를 당하고, 햇살 쏟아지는 베란다에서도 이렇게나 독한 향기를 끝없이 뿜어내는 것이냐! 

  아니야, 내가 미안해. 너의 향기를 맘껏 쏟아내도 무방할 바람 드나들고 벌 나비 유혹할 수 있는 화원이 네가 있을 곳이었거늘. 하다못해 팬트하우스 정도는 돼야 너랑 어울릴 터인데, 너의 本性을 모르고 궁색한 아파트로 데려왔으니 무지한 인간의 잘못이다. 다시는 너의 종족을 나의 좁은 집으로 초대하지 않으마. 만물은 本性에 따라 제각기 머물 자리가 따로 있음을 오늘 또 너를 통해 배운다.

  우리 집에 온 지 열흘이 지난 백합꽃은 베란다의 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나날이 향기도 모습도 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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