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 산책] ------ 안 개 구 은 주
내 안의 것이라 믿었다가
가끔 아니기도 한 것들
부르면 달아나 버릴까 조바심에
뒷짐 지고 주저앉던 고갯마루
솜사탕처럼 아니
더러는 구름이라 여겼던 편견
아득한 그곳
속수무책 갇혀버린 내 안에서
달은 차오르고
날아오를 듯 부풀다가
그 질량의 무게만큼
나는 떨어지고 있다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떠올랐던 그 말
안개 자욱한
꼭 그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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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누구나 그런 적 있겠지요. 해야 할 말이 있었는데 생각나지 않아 결국은 못 하고 보낸 일. 아니, 그게 아니라 가슴에 품고서도 차마 꺼내지 못하고 그냥 보낸 당신의 등 뒤에서 혼자 읊조리던 말. 그런 아득한 밤이 생각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