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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폐업 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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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폐업 신고 -----------------------------------

권 영 호

[글밭 산책]   폐업 신고 -----------------------------------


권 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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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제인가 아동 문학지에 발표했던 필자의 창작 동화, 「숲속 노래방」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해마다 초여름이면 구봉산 첫 봉우리 등산로 들머리에 서 있는 단풍나무가 노래방을 개업한다. 때를 만난 매미들이 하나둘 노래방을 찾아왔다. 단풍 나무 옆에 서 있는 굴참나무랑 아카시아도 서둘러 노래방을 개업했다. 

“찌르르 여름이다여름이다 찌지르르….”

목청 높은 말매미 서너 마리가 떼창을 해대면 귀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단풍나무는 그런 매미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찾아준 매미들이 마냥 고마워서였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일주일 전, 단풍나무는 숲속 세무서를 찾아가 노래방 ’폐업신고’를 하고 말았다. 매미들에게 진작 얘기를 해 주지 못한 게 내내 미안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단풍나무의 마음이 다급했던 탓이다. 가을이 오기 전에 단풍나무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봄부터 잔가지 끝에 매달아 키워왔던 초록 잎들을 알록달록한 빛깔의 단풍잎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것보다 단풍나무에게는 훨씬 더 소중했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단풍나무는 서둘렀다. 드디어 온몸을 단풍옷으로 치장했다. 성큼 가을이 다가왔다.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가을 산을 찾아왔다. 단풍나무는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내었다. 어디선가 바람 한 자락이 불어왔다. 단풍나무는 예쁜 잎을 흔들며 멋진 춤을 추었다. 

「숲속 노래방」과 매미들이 사라진 줄도 모르는 숲속에 가을 잔치가 한창이었다. 이 화려한 가을 잔치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이 바로 단풍나무,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단풍나무는 오래도록 행복했다. 단풍나무의 화려한 가을 꿈은 점점 익어가고 있었다.   

【2】

파크 골프를 가는 날이었다. 주중에 두어 번 만나서 함께 힐링하는 회원은 여덟 명이다. 그날, 점심을 먹은 뒤 찻집에 들렀다, 

“오늘은 제가 쏠게요. 좋아하시는 차로 주문하시지요.”

이 여사님, 내 누님 나이 또래인 그녀가 차 주문을 재촉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네. 아주아주 기분 좋은 일이….“

소녀처럼 방긋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로 회원들의 눈이 모아졌다.

차가 나왔다. 그녀는 그때까지 한입 가득 물고만 있던 말을 내뱉었다. 

”사실은 저 폐업신고를 했어요, 어제 오후에.“

회원들은 화들짝 놀랐다. 이미 소문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빨리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수십 년을 고향에서 목욕탕을 경영해 왔다. 넓은 주차장과 최신 운동 기구를 들여놓은 헬스장, 안락한 사우나 시설을 갖춘 목욕탕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목욕탕 사업은 오래도록 번창했다. 그런 까닭에 목욕탕 주인, 그녀는 이웃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근데 얼마 전 일이었다. 군청에서 공익사업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바로 이 목욕탕 용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수지 타산을 따진다면 현재 이렇게 잘 되는 목욕탕을 선뜻 누구에게 넘길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군청의 제안에 대뜸 승낙했다. 

”’폐업신고’를 결정하면서 아깝고 아쉽지는 않으셨어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가 물었다.

”아니요. 참으로 긴 세월을 나는 목욕탕에만 갇혀 살았어요. 그런 나를 탈출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폐업 신고 뿐이었어요.“

”그래도 돈은 많이 버셨는데.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그랬지요. 그러나 내게는 부를 가지는 게 가장 으뜸가는 삶의 가치는 아니었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에 묻혀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되찾아 다독거리며 사랑해 주는 거라 생각해요. 내 나이 일흔이 훨씬 넘었으니 어쩜 폐업 신고가 늦은 셈이지요.“

표정이 매우 진지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늦었지만 좋아요. 지금부터라도 하루하루를 내 생에서 최고의 날로 만들 거예요.“

단단한 결심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그녀의 눈가에 번져있는 잔주름이 황혼으로 붉게 물든 서쪽 하늘보다 더 예뻤다. 

순탄했던 순경과 어려웠던 역경을 함께했던 목욕탕, 그녀는 기꺼이 폐업신고를 자행했다. 「숲속 노래방」 동화 속 단풍나무가 노래방을 폐업하고 아름다운 자기의 자태를 지켰듯이 그녀도 노년에 든 자신을 일으켜 세워 다독거리면서 맞이하는 내일을 포근한 안녕과 행복으로 살아갈 거라 믿는다.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아직도 나 자신을 뒤로 제쳐두고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폐업 신고‘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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